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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는 조금 지쳤을지도 모른다 :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 했다]

텍토민 2024. 11. 23. 20:10
책을 읽는 걸 엄청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관심은 꽤나 있는 편입니다. 그래서 종종 식사를 하러가거나 쇼핑을 하러 갈 때 교보문고가 있으면 한번씩 들르게 됩니다. 가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책만 있는 게 아니고 여러 문구 제품들도 많이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그 날도 아이쇼핑이나 좀 해볼까란 생각으로 들어갔다가 제목을 보고 저항없이 웃음이 터졌던 책이 있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책은 하완 작가의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 했다] 입니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 했다 책 표지
제목과 어우러지는 저 표정의 합이 미쳤다.

'완벽함'이라는건 언제나 목표가 아니라 의무였다. 어릴 적 부터 모범생이라는 타이틀이 좋았던 나는 직장에 가서도 '완벽한 직원'이라는 타이틀을 원했던 것 같다. 빠르게 보고서를 작성하고, 상사의 요구사항을 정확하게 파악하며, 동료들의 작은 실수를 세심하게 챙기는 그런 직원. 이런 노력은 많은 동료들의 칭찬으로 돌아오곤 했었지만 어느 순간 부터는 그게 압박처럼 느껴지기 시작한 시점이 있었다.

 

"이번 프로젝트, 텍토민씨가 워낙에 믿음직 스러우니까 부탁 좀 드릴게요." 기분 좋은 말이다. 평소의 나는 늘 내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내가 아니면 일이 제대로 되지 않을지도 몰라' 라는 묘한 강박이 머릿속을 맴돌았던 것 같다.

 

프로젝트 자료를 준비하면서 보고서를 완벽하게 작성하고 싶었다. 데이터의 숫자 하나하나를 검토하고, 그래프의 디자인도 꼼꼼하게 신경썼다. 퇴근 시간은 어느새 지나간지 오래되었지만 집에 갈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조금만 더 하면 완벽할 것 같다." 작성하고 다듬고, 또 작성하고 다듬기를 반복한 끝에 보고서를 완성하고 집에 들어간 시간은 자정무렵. 집에 와서도 무언가 빠뜨린게 없는지 생각하다가 잠들었다.

행복은 성취감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다.

보고서를 제출했을 때 "역시, 잘했네. 잘할 줄 알았어".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이상하게 기분이 좋지 않았다. 머릿속에 이미 다음 프로젝트가 있었던 탓일까. 매일을 그렇게 완벽함을 추구했지만, 이상하게 '성취감'은 커지지 않는 느낌을 받았다. 대신에 피곤함은 쌓여만 갔고, 답답한 마음은 풀리지 않고 더 커져만 갔다. 스트레스가 점점 쌓여가는 상태로 회사 앞 흡연구역에서 멍때리기를 반복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완벽하려고 했던 노력들이 어쩌면 나를 소진시키는 일이 아닐까 고민하게 된 시점이었다.

모든 것을 잘하려고 하지마라
중요한 것만 잘하면 된다.

그 날 이후로는 조금 내려놓아보고 싶다는 생각에 '완벽함'보다는 다른 것에 초점을 맞춰보려 노력해봤다. 프로젝트의 경우에도 완벽보단 효율, 퇴근시간이 되면 주저없이 컴퓨터를 끄고 집에 가보기도 했다. 그렇게 몇일이 지났을까. 조금씩 완벽하지 않은 방향으로 살다보니 비로소 깨달은 게 있었다. 완벽하게 하지 않아도 삶은 여전히 잘만 흘러간다. 그리고 완벽하지 않아서 생기는 흐트러짐이 아이러니하게도 답답함을 없애주더라.

 

지금의 나를 좋아해주는 것,
그 것이 진짜 행복이다.

물론, 아직도 '완벽함'을 추구하는 습관이 많이 사라지진 않았다. 다만 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실수 할 수도 있지 뭐. 괜찮아. 오늘은 이정도면 충분해."라고 말할 수 있는 작은 여유가 생겼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추구했던 '완벽함'은 내가 만든 가상의 '완벽함'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내가 스트레스 받아가면서 신경썼던 많은 부분들이 실제로는 대수롭지 않게 지나가는 일도 꽤나 있었다. 사는 데에는 정답이 없다. 나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게 전혀 문제가 될 일은 없지만, 그 방식이 내 삶을 지치고 힘들게 한다면 분명히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앞으로는 내 삶이 풍요로울 수 있는 '완벽함'을 추구하는 방향성을 가지고 싶다.

 

하완님의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 했다.]는 완벽과 과잉 노력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지금 이대로도 충분하다'는 따뜻한 위로의 메시지를 담은 책입니다. 읽는 내내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문구가 가득했습니다. 사회적으로 정해진 성공의 기준은 보통 개개인의 성향을 전부 반영해주지 않습니다. 이 기준에 얽매이는 것 보다 일상에서의 일들을 잠시 멈추고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까요? 결국 제가 이 책에서 얻었던 건 "내 삶도 아직 괜찮다"라는 안도감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쉼없이 달려온 인생에서 조금 숨이 가쁨을 느끼신다면 이 책으로 환기를 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