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g
어둠을 걷어낸 당신의 따뜻한 눈빛 [너에게로 또다시] by 변진섭
텍토민
2025. 3. 1. 23:22
'발라드'라는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하는 가수가 있습니다. 1980년대 말 '발라드'라는 용어를 대중화시키면서 대한민국 언론에서 최초로 '발라드 가수'로 불렸던 사람. 노래의 각 장르에서 인기를 구가했던 가수들에게는 수식어가 붙곤 하는데요. 그 중에서도 '발라드'라는 장르는 유독 황태자 / 황제 / 왕자와 같은 왕족 계열 수식어가 붙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발라드 왕족 계보의 시작을 알렸던 가수. 오늘 소개해드릴 곡은 '변진섭'님의 [너에게로 또다시] 입니다.
그 얼마나 오랜 시간을
짙은 어둠에서 서성거렸나
첫 소절부터 먹먹하면서도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하는 가사다. 살다보면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어둠이라는 단어와 연결되는 시간을 겪게 되곤 한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군대 우스갯소리가 많이 유행했었다. "눈을 감으면 펼쳐지는 어둠이 니 남은 군생활이니라ㅋ". 어둠과 같은 시간의 이유가 군생활과 같은 환경적인 요인일수도 있겠지만 조금 더 짙은 요인이 있다면 아마도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사랑, 우정 등의 관계에서 찾아오는 어둠속을 서성거리는 건 결국 무언가 원하는 걸 찾아내기 위함일 것이다. 서성이다가 손에 닿는 것이 어둠을 완전히 걷어내는 스위치 일수도, 한걸음 앞을 비추는 작은 랜턴일수도 있다. 무엇을 찾게 되건 간에 그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때로는 모진말로
멍들이며 울려도
예전부터 말로 사람을 아프게 한다는 말은 이런저런 표현으로 많이 써왔던 것 같다. "언중유골" 이라던가 "언어폭력" 혹은 "말로 두드려 팬다" 등등 말이라는 것이 물리적인 형태는 없지만 얼마나 아픈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 가사에서 표현한 '멍들이다'는 표현은 여러 표현중에서도 으뜸이 아닐까 싶다. 멍이라는 게 그렇다. 첫째, 옷을 입고 있으면 겉으로는 전혀 표시가 나지 않는데 속으로 엄청 아프다. 둘째, 심지어 정확히 어디까지가 아픈건지도 모를 정도로 광범위하게 아프다. 셋째, 시간이 지나서 고통은 줄어들지 언정 흔적은 오래 남는다. 말로 상처받았을 때의 감정을 이 정도로 유사하게 나타낼 수 있는 표현이 또 있을까 싶다.
내 깊은 방황을 변함없이
따뜻한 눈으로 지켜보던 너
이 노래에는 제목을 나타내는 시그니쳐 후렴구가 있지만, 필자는 이 대목이 가장 좋은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변함없이 따뜻한 눈으로 지켜봐주는 사람. 말이 사람을 얼마나 아프게 하는지를 앞에서 다뤘다면, 형태는 물론이고 소리도 없는 눈빛에는 얼마나 더 큰 힘이 있는지 알게 해주는 부분이 아닐까. 최근까지도 인기가 상당한 여러 연애관련프로그램들을 즐겨 보곤 한다. 상대방을 즐겁게 해주는 말과 배려가 담긴 행동들도 참 좋지만, 참가자들의 선택에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서로에게 건네는 설렘 가득한 눈빛이었던 것 같다.
1989년 10월에 발매된 '변진섭'님의 [너에게로 또다시]는 그야말로 그 당시 가요계를 평정했던 발라드 곡입니다. '변진섭'님 특유의 섬세하고 감미로운 목소리와 애절한 멜로디가 어우러져 듣는 이의 마음을 울리는 곡이죠. 떠나간 이를 향한 그리움, 다시 돌아오길 바라는 간절함은 어떻게 보면 여러사람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보편적인 감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인지 1980년대에 발매한 노래지만 지금 들어도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필자가 일전에 말했던 90년대 말~ 2000년대 노래들이 '낭만'이었다면, 80년대 노래들은 '애환'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뭔가 더 서정적이면서도 솔직하고 깊은 감성이 "노래와 나의 삶이 맞닿아 있구나" 생각하게 하는 느낌이랄까요. 과거의 추억에 잠시 젖어보고 싶다거나 감성이 짙은 발라드를 찾고 계신다면 주저없이 들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