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g

너의 위로가 있다면 나는 일등 [공백] by 하하

텍토민 2025. 3. 5. 01:48
지키리, 레게, 무한재석교의 첫번째 사도, 하로로, 하이브리드 샘이 솟아 리오 레이비, 고깃집 사장님, 별을 뺏어간 남자, 꿈/영혼/노래의 아버지, 콴 대표님 등 여러 수식어가 따라붙는 사람. 키 작은 꼬마라고 본인을 칭했었지만 이제는 키 작은 거인이 아닐까. 오랫동안 국민예능이라고 불리던 프로그램에는 늘 얼굴을 비추지만 그 특유의 유쾌함과 센스로 지루함이 아닌 즐거움을 선사해주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럴 수 있었던 건 방송에서도 그가 늘 언급하는 젊음에 대한 욕망이 아닐까ㅋㅋ싶습니다. 방송인 혹은 희극인으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꽤 많을 것 같지만 그의 본업은 늘 가수였죠. 더 이상 워터밤에 초대 받지 못하게 된 것은 유감이긴 합니다만 꼭 워터밤이 아니더라도 흥이 필요할 때 들으면 참 좋은 곡들이 많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곡은 '하하'님의 [공백]입니다.

머리를 넘기며 노래하는 하하

내 삶에 공백이 있었더라면
나는 정말 좋겠네
보통은 내 삶에 '여유' 혹은 '휴식' 그 마저도 표현을 바꾸자면 '여백'이라고 하지 않을까. 왜 하필 '공백'이라는 단어일까 곰곰히 생각해봤다. '여백'이란 단어를 사용할 때는 '여운'이라는 단어가 희미하게 따라붙는다. 비어있지만 옅은 향기와 냄새가 남아 있는 공간 같은 느낌 이랄까. 그에 비해 공백은 무엇도 남지 않고 비어있는 공간의 느낌을 준다. 삶에서의 휴식에 대입해 본다면 이런 저런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 휴식과 아무런 생각이 필요치 않은 휴식의 느낌이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사람은 성향에 따라 다른 휴식을 원하기도 하니까. 이렇게 생각을 해보니 나에게도 '공백'이 있었으면 좋겠다.

레드카펫 위에서 노래하는 하하

일등 못한 만년 이등
또 다른 이름 열등
어릴적에 체육대회에서 달리기 1등을 하면 팔목에 도장을 찍어줬었다. '참 잘했습니다' 이 도장이 어쩌면 인생 달리기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1등만 가질 수 있는 혜택에 대한 갈등이 지금까지도 있으니까. 그러나 2등의 또 다른 이름이 '열등'이라는 것은 조금 어색하긴 하다. '열등'이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 색채가 너무 짙기 때문이다.  만년 2등이라면 '열망' 혹은 '비등'이 더 괜찮지 않았을까. 우스갯소리로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하던데. 어딘가에서 1등이 아니더라도 누군가에게는 1등이지 않나 모두가. 

상을 받은 이광수와 박수치는 하하

아무렇지 않은 듯 보여도
내 삶은 위로 위로 위로
이 노래에서 가장 고심하게 했던 가사다. 사람이 어떻게 보이느냐 가늠했을 때 정확히 맞출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전반적으로 행복이나 기쁨은 잘 드러나는 편인 것 같다. 그러나 슬픔이나 아픔은 대부분 잘 숨겨지는 편인 듯 하다. 특히나 지금 내 직업이나 환경이 겉으로 보기에 좋은 상태라면 더욱 더 깊게 숨겨지곤 한다. 그래서 "내 삶은 위로 위로 위로"라는 가사가 향상된 삶의 환경 속 나에게 사실은 위로가 필요하단 얘기로 들리는 듯 해서 조금은 착잡했던 것 같다.
'하하'님의 [공백]은 2021년도 12월에 발매된 노래입니다.  지금까지 쉴 틈없이 달려오면서 마음속에 담겨 있던 여러 마음과 생각들을 진솔하게 담은 곡이죠. 전반적인 분위기는 역시나 선호하는 레게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특유의 허스키하면서도 유쾌한 '하하'님의 목소리가 잘 어우러집니다. 약 10여년 만에 발매한 솔로앨범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방송에서는 항상 유쾌하고 웃음을 주는 사람이지만 그 동안 마음속에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단편적으로나마 알게 해줬던 곡이 아닐까 싶습니다. 혹시나 공허함을 느끼고 계신다면 이 노래로 유쾌한 위로를 받아보시는 건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