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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처럼 여전히 술 한 잔이 고픈, [쿵] by 자이언티

텍토민 2025. 3. 12. 00:05
노래를 들을 때 멜로디나 가사도 있지만 가수의 음색을 빼놓을 수는 없습니다. 필자도 그렇지만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가수의 음색을 흉내내보는 일도 자주 있죠. 이 분의 음색을 처음 접했을 때는 "응? 엄청 특이한데?"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특이하다고 느꼈던 건 아주 잠시였습니다. 듣다 보니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고 생각했던 건 저뿐만이 아니었죠. 그 뒤로 계속 발매한 이 분의 노래는 당시 각종 음악차트 1위를 모두 차지하곤 했습니다. 지금까지도 특별한 음색이 누가 있을까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조금은 차가운 듯한 음색이지만 이 분의 노래를 듣고 있자면 몽글몽글한 따뜻함을 느낄 수 있어서 몇몇 분들은 연말에 가장 잘 어울린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곡은 '자이언티'님의 [쿵]이라는 곡입니다. 

무대에서 등장하는 자이언티

시끄러워 게임 그만해
컴퓨터 끄고 공부나 해
(게임 아닌데)
어렸을 적 부모님들은 세상이 이렇게 변할거라는 생각을 해보셨을까.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컴퓨터가 도입되기 시작할 무렵 인터넷의 비용은 말도 안되게 비쌌다. 컴퓨터를 끄고 공부나 하라고 했던 이유 중에 하나에 인터넷 비용이 포함되었단 얘기다. 더군다나 그 당시 컴퓨터에는 공부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많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공부가 될 만한 내용에 관심이 없었던 게 맞다. 지금도 게임이 재밌는데 그 어린 나이에는 게임이 더 재밌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공부뿐만이 아니라 직장에서도 삶에서도 컴퓨터가 주는 도움이 상당하다. 어릴 적 컴퓨터를 끄라고 하던 부모님은 이제 인터넷 쇼핑을 알려달라고 하신다. 그럼 난 나중에 내 아이가 생기면 뭐라고 해야할까. "컴퓨터 그만하고 AI랑 놀아" 는 어떨까ㅋㅋ.

무대 뒤 하얀 문이 생기고 그 앞에 서있는 자이언티

가끔 소주 한 잔 땡길 때
못 보는 게 씁쓸해
20살이 되고 나면 가장 하고 싶은 게 술집에서 친구들과 술 한잔 하는 거였다. 그래서 20대에는 정말 신나게 술을 먹었던 것 같다. 좋은 일이 있어도, 나쁜 일이 있어도, 아무 일이 없어도 술을 마셨다. 그렇게 20대 후반이 되어갈 때 쯤 술자리가 하나 둘 씩 줄어들어갔다. 저마다의 자리에서 바쁘게 살아가기 시작하면서 줄어드는 술자리는 어느새 연례 행사 처럼 변했다. 그리고 30대 중반을 향하는 지금은 그 연례 행사 조차 쉽지 않다. 몇몇 친구들은 가정이 생기기도 했고, 타지에서 자리를 잡아 살고 있는 친구들도 생기면서 각자의 환경에 집중하며 살고 있다. 전화 한 통이면 술집에서 만났던 우리는 이제 서로의 환경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 번 볼수 있을까 말까한다. 너무 자연스럽고 이해가 되는 상황이지만 한편으로 씁쓸한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백댄서들 사이에 앉아있는 자이언티

날 그렇게 보지 말어
난 여전해
'여전하다'라는 말은 짧지만 경우에 따라 많은 걸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보통은 외적인 부분을 많이 얘기하기도 하지만 말이나 행동과 관련해서 상대방에게 '여전하네'라는 말을 들으면 문득 궁금했다. "어떤 부분이 여전하단 거지?" 이전에 내가 어떤 모습을 상대방에게 보여줬길래 여전하다고 하는 걸까. 여전하지 않다면 그건 또 어떤 부분인 걸까. 살면서 만나는 모든 사람과의 내 모습을 전부 기억할수는 없으니까. 가끔 친한 지인에게는 물어보기도 한다. 대답을 들어보면 내가 그런 사람이었던게 기분이 좋을 때도 혹은 부끄러울 때도 있다. 지금 생각해보니 부끄러운 여전함이었을까봐 불안해서 궁금했던 게 아닐까ㅋㅋ.
'자이언티'님의 [쿵]은 2016년에 발매된 곡입니다. '자이언티'님이 '쇼미더머니5'에 멘토로 나오시면서 공개한 스페셜 음원이죠. 이 노래에는 본인이 음악을 시작하던 무렵부터 현재까지 생각하던 것들을 이야기하듯이 담았습니다. 쿵쿵 벽을 치며 시끄럽단 얘기를 듣던 시기에서 지금은 무대에서 박수를 받고 있지만 자신의 본질적인 모습은 여전하다고 말합니다. 어쩌면 초심을 잃지 않고 본인을 다잡기 위해서 스스로에게 하는 얘기일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제가 '자이언티'님의 노래를 좋아하는건 그의 특별하고 매력적인 음색도 물론 있지만 가사에 위로와 희망을 담는 경우가 많아서 이기도 합니다. 그 중에서도 이 [쿵]이라는 곡은 당시 무대 영상을 보면서 들어보시기를 꼭 추천드립니다. 노래의 감동이 배가 되는 연출이 매력적이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