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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하고 느리지만 나를 바라보는 것 [후라이의 꿈] by 악뮤
텍토민
2025. 3. 13. 00:16
여러 노래를 접하다 보면 이런 기분을 느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이 가수는 천재가 틀림없다." 노래안에 보이는 혹은 보였던 것과 다른 숨겨진 메시지를 알아챌 때 라던지 일반적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을 노래로 표현할 때 등 소위 '아하포인트'라고 할까요. 이런 순간들을 여러번 노래에 담으면서 '천재'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가수가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이 분들은 당시 음악시장을 휘어잡던 기획사 대표들과 선배가수들 앞에서 '다리 꼬지마'라는 자작곡을 부르며 그 시작을 알렸습니다. 그 이후 지속적으로 위트 있는 가사와 장르를 넘나드는 곡들을 쏟아내면서 지금까지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국민남매. 오늘 소개해드릴 곡은 '악뮤'의 [후라이의 꿈]입니다.
나도 꾸물꾸물 말고 꿈을 찾으래
어서 남의 꿈을 빌려 꾸기라도 해
말투는 분명히 강요가 맞는데 이렇게 귀여운 강요가 또 있을까. '꾸물꾸물'이라는 말이 주는 귀여움 때문에 뒤에 오는 말 까지 괜히 사랑스럽게 보인다. 남의 꿈을 빌려 꾸라는 얘기는 한편으로 좀 쌉쌀하다. 한때 유행어처럼 번져서 지금은 방송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말 중에 '엄친아'라는 말이 있다. '엄마 친구 아들'은 늘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큰 꿈을 향해 나아가곤 한다. 때로는 그 '엄친아'가 향하는 꿈에 내가 도달해야만 엄마가 좋아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곤 했다. 나이가 들어서는 꼭 '엄친아'가 아니더라도 매혹적인 '남의 꿈'들이 많더라. 그런데 결국 '남의 꿈'을 빌려서 그 끝에 도달하면 '나'는 행복할까? 남들보다 조금은 늦더라도 '나의 꿈'을 꾸고 싶다.
난 차라리 흘러갈래
모두 높은 곳을 우러러 볼 때
한동안 '일'이 전부라고 생각할 정도로 살던 시기가 있다. 물론, 지금도 '일'을 하고는 있지만 그 당시에는 집에서 쉬어도 '일'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목표가 있었다면 더 높은 직책에 올라서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은 거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당연하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던 것 같다. 그런 생각으로 몇년이 지나고 보니 그제서야 이게 당연한 게 아니구나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유튜브에서 실험카메라 비슷한 걸 했었다. 사람이 많은 거리에서 마치 연예인과 같은 모습과 행동을 하고 반응을 보는 것. 처음 한 두명이 사진을 같이 찍기 시작하자 금새 많은 사람들이 그 사람과 사진을 찍으려고 줄을 서더라. 신기하고 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위로 향하더라도 나는 다른 곳을 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왜 그 전에는 잊고 살았던 걸까.
고민 하나 없이 퍼져 있는
계란 fry fry 같이 나른하게
모든 사람의 꿈에서 교집합을 만든다면 이 부분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필자가 더 좋아하는 부분은 '나른하게 퍼져있는' 이지만 교집합에 해당하는 부분은 '고민 하나 없이'가 되지 않을까. 고민이 하나도 없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 같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한다. 다만 고민의 크기가 다를 뿐이겠지. 크기 또한 기준을 딱 정할 수 없는 부분이기는 하다. 그래서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어떤 고민이 생기건 간에 나른하게 퍼져있을 여유가 조금이라도 있는 고민이었으면 좋겠다. 이게 아니라면 고민을 담대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내 마음을 성장시켜 주기를.
'악뮤'의 [후라이의 꿈]은 2023년에 발매된 노래입니다. 재밌는 사실은 2014년에 '이찬혁'님이 만들어서 'IU'님에게 선물한 곡이지만 콘서트에서만 불려지고 음원이 나오지 않아 팬들을 한참 애태웠다는 것이죠. 뒤늦게 나마 '이수현'님의 목소리로 음원이 발매되어서 많은 분들이 기다림의 결실을 맺은 것에 기뻐했습니다. 노래의 가사 속에는 현실과 꿈에 대한 고민과 성장의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가볍고 경쾌한 분위기의 멜로디와 위트있는 가사는 유쾌함을 주면서도 한켠에는 위로와 희망을 담고 있다는 것이 '악뮤'의 음악세계와 참 잘 어울립니다. 대체 이 '천재들'은 앞으로 얼마나 더 좋은 노래들을 들려줄지 기대가 됩니다. 3월이 되고 날이 서서히 풀려가고 있습니다. 햇빛이 좋은 날 침대에서 일어나기 싫을 때 이 노래를 들어보시면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