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탈주]는 자유를 갈망하는 북한국 병사의 목숨을 건 탈출과 그를 저지하려는 보위부 장교의 치열한 추격전을 그린 작품입니다. 단순한 탈출 스릴러를 넘어, 각 인물의 복잡한 내면과 감정 변화를 밀도 있게 다뤄 1시간 34분이라는 다소 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깊이 있는 스토리 라인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 [탈주] 시작 : 자유를 향한 첫 발걸음
한밤중에 광활한 들판을 쉴새 없이 달리는 이제훈의 모습으로 이 영화는 시작한다. 10년 군생활을 가득 채워 가는 임규남 중사 답게 달리는 자세부터가 FM이더라. [탈주]를 하기 위한 지도를 만들기 위해 직접 매일밤 정찰을 해왔던 모습. 군생활 전역을 앞두고 무슨 이유로 [탈주]를 하려고 했던걸까.
자유에 대한 갈망 : 라디오 속 메시지와 "양화대교"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라디오 사연에 담긴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라는 말. 인생을 살면서 수없이 듣고 되새기지만 그만큼 자주 잊고 살게 되는 말. 새벽 시간 때에 라디오를 통해 듣게 되면 가슴이 뜨거워지는 말. 거기다 신청곡은 자이언티 - 양화대교. 임규남 중사가 탈주를 결심한 이유를 내심 공감했다. (술 한잔 했으면 바로 철책으로 달려갔을꺼야 그치...그래)
체제의 억압과 운명 : 보위부 장교 리현상과의 대립
어디든지 인재를 키워내기 어려운 건 매한가지. 어린 시절 부터 임규남을 지켜봤던 리현상 소좌가 10년간 별탈없이 군생활을 해온 인재를 놔줄 생각이 없다.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일 줄 안다
"넌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일 줄 안다" 이 말은 칭찬의 형태를 띄지만 항상 압박을 주는 뒷말이 있지. 그냥 직역해서 얘기하자면 "뭐 니 운명은 내가 줄테니 받아들이도록 해. 넌 그래야만 하니까" 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이미 결심을 한 사람한테 저렇게 얘기하면 불붙은 가슴에 기름 붓는 격이 되는 법.
내 앞길 내가 정했습니다
"내 앞길 내가 정했습니다"라는 말은 참 보기에도 쉽고 읽기에도 쉽지만, 막상 적용하기에는 어려운 것 같다. 내 앞에 놓여진 상황이 내 마음대로 되지는 않아서. 어쩔수 없이 차선을 택해야 하기도 하고, 하고 싶지 않았던 일을 하게 되기도 한다. 내가 정한대로 가는 내 앞길. 당연한 이야기지만 어쩌면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하지 않을까 싶다.
꿈과 현실의 갈림길
너 뭐 하고 싶었어?
극 중 리현상 소좌는 피아노에 재능을 갖고 있었으나, 군인 집안의 대를 잇기 위해 포기했다. 그래서 이 대사가 와닿았던 것 같다. 흐름으로 보면 이어지는 다음 대사가 더 임팩트가 있었지만, 필자는 어쩌면 이 대사가 극의 내용에 더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본다. 이 질문은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듣게 되지 않나 싶다. 은연중에 담고 있는 "원래는 뭐가 하고 싶었는데 지금 왜 이걸 하고 있어?"라는 의미. 흔히 하는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 수는 없어" 무심코 지나쳤지만 곱씹어 보면 조금은 씁쓸한 말. 하고싶은 것'만'이라는 전제가 있어서 라고 이해하고 넘어가기엔 조금 부족함이 있다.
마음껏 실패하러 가는 겁니다
북한이라서. 체제에 갇힌 군인이라서 하는 말일 수 있다. 그래서 '실패'가 하고 싶을 수 있다. 하고 넘어가기엔 다소 심오한 말이다. 극 중에서는 '실패'조차 할 수 없는 임규남의 상황에 더 초점을 맞출 수 있다. 갑자기 너무 사소하다 생각될 수 있지만, 필자는 배달이 성행하는 요즘 처음 주문하는 가게음식이 맛이 없으면 도전'실패'라고 하곤 한다. 그리고 덧붙힌다. "그래도 경험해봤으니 오히려 좋아". 이렇게 사소한 것에도 '실패'라는 단어를 쓴다고 한다면, 지금 삶이 수없이 '실패'하는 삶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다만 실패'만' 하는 것은 아니니까.
영화[탈주]는 자유와 억압이라는 주제를 대사와 행동을 통해 심도 있게 풀어냅니다. 주인공 임규남의 탈출과 그를 막는 리현상의 모습에서 등장하는 대사들은 단순한 스릴러를 넘어, 인간의 자유란 대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갖게 합니다. 자유와 억압의 갈림길에서 주저없이 자유를 선택하는 임규남의 모습과 억압을 추구하지만 한켠에 자유를 품은 리현상의 모습은 둘중에 누구도 정답이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영화[탈주]는 이런 심도 있는 스토리라인도 좋지만 출연진들의 연기력이 엄청납니다. 혹시 아직 안보셨다면 추천드립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