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너드'라는 말이 주변에서 많이 들렸던 것 같습니다. NERDY라는 브랜드가 유행하기도 했죠. 막상 찾아보니 좋은 말은 아니었습니다. 범생이라는 말보다 조금은 듣기 좋은 단어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너드커넥션' 이라는 가수를 추천 받았습니다. 이름만 들었을 때는 요즘 많이 들리는 단어를 사용하는 가수인 만큼 최근 트렌드에 맞는 음악을 하겠구나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노래의 첫 소절을 듣자 마자 "이렇게 서정적이라고?" . 오늘 소개할 곡은 너드커넥션의 [좋은 밤 좋은 꿈] 입니다.
저 많은 별을 다 세어보아도
그대 마음은 헤아릴 수 없어요.
상대방이 나에 대해 전부를 알 수 없듯이 상대방의 마음을 안다는 것은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다. 대부분 기쁘거나 행복한 일 보다는 불편하고 힘든 일이 있을 때 특히 서로의 마음이 궁금하곤 하다. 서로가 소중하기 때문에 안 좋은 일이 있었다면 같이 나누고 싶거나, 좋은 일로 덮어주고 싶어서. 사실 상대방은 마음을 헤아려주길 바라기 보다는 그냥 무던히 옆에 있어주기만을 바랬는지도 모른다. 이 가사에서 '별을 세는 것'과 '마음을 헤아리는 것'을 같은 선상에 놓았다는 것이 참 마음에 와닿는다. 밤하늘의 별은 빛나는 것만 셀 수 있듯이 마음도 내비치려 하지 않는 것은 헤아릴 수 없으니까.
오월 어느 날에 피었던
빨갛던 밤을 기억하거든요.
꽃들이 만발하고, 날씨는 따사롭지만 아직 여름이 오기 직전. 오월은 1년 중 가장 날씨가 화창하고 휴일이 가득한 달이다. 대학 시절 오월 즈음엔 유독 어디론가 놀러가고 싶었던 것 같다. 강의가 끝나자 마자 즉흥으로 가평이나 강촌으로 가는 지하철에 몸을 싣기도 하고, 탁 트인 공원에 맥주를 사들고 가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이야기의 주제는 주로 앞으로의 고민과 바람들 이었던 것 같다. 그 날들을 떠올려보면 '피어나다'라는 말과 너무 잘 어울렸던 날들이 아니었을까.
이제 내가 해줄 수 있는건
좋은 밤 좋은 꿈 안녕
이 노래에서 가장 서정적이라고 느낀 가사다. "내가 더 해주고 싶은게 너무 많지만" 이 생략되어 있는 이 말은 참 쓸쓸하고 안타깝다. "잘 자고, 좋은 꿈 꾸길 바래." 더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을 때 선택할 수 있는 가장 따뜻한 배려의 말이 아닐까. 상대방과의 시간을 곱씹어보면서 깊게 고민했을 모습이 떠올라서 더 쓸쓸하게 느껴진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의 시간은 심심치 않게 찾아오는 것 같다. 선택지가 하나는 아닐테지만 우선 순위에 '상대방의 안녕'을 올릴 수 있다는 건 쉽지 않다. 그만큼 상대방을 존중하고 있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너드커넥션의 [좋은 밤 좋은 꿈]은 이별의 아픔 속에서도 진심 어린 위로와 따뜻한 여운을 남겨주는 노래입니다. 상대방의 행복을 빌며 보내는 마음을 담담하게 풀어냅니다. 복잡한 감정과 상황 속에서도 상대를 위해 기도하는 마음이 드러나있어서 여운이 오래남는 곡입니다. 필자는 무엇보다 보컬의 음색이 참 따뜻하고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예전에 많이 들었던 '동물원' 느낌이 나서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노래의 내용은 이별의 아픔과 관계되어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편안하면서도 안정감을 주는 곡입니다. 하루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들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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