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필자가 노래의 세계로 입문하게 된 두명의 가수가 있습니다. 오늘은 그 중 한분의 노래를 소개하게 되어 기분이 참 좋네요. 2000년대 초반 가요계는 그야말로 치열했던 것 같습니다. 브라운아이즈, 버즈, SG워너비 이렇게만 이야기해도 아실 분은 아실 듯 합니다. 이렇게 남자의 마음을 흔드는 많은 가수들 중에서 이 분의 노래는 특유의 소울풀하면서도 찌를듯한 고음으로 제 귀에 더 깊게 파고들었습니다. 필자에게는 그동안 관심도 없던 노래를 "잘하고 싶다!"라고 생각하게 해준 가수라서 내적응원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불과 1년여 전에 암투병중이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안타까웠지만 최근 건강하게 돌아와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기에 안보던 트로트 프로그램을 빠짐없이 보고 있죠ㅋㅋ. '천록담'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돌아온 남자. 오늘 소개해드릴 노래는 그야말로 숨겨진 명곡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정'님의 [순정]입니다.
각박한 어둠 속에
그대를 보는게
각박하다는 말은 늘 꾸준히 주변을 따라왔던 것 같다. 부모님 세대에서 나의 세대로 넘어오는 시기에는 조금씩 각박해져갔다면, 나의 세대에서 지금의 세대로 넘어오는 시기는 점점 빠르게 각박해져 가는 듯 하다. 소통의 수단이 점점 편리해짐에 따라 이루어지는 자연적인 현상이라고 넘기기에는 조금 서운한 건 사실이다. 더군다나 팬데믹이 남기고 간 경기침체 여파는 마치 각박하라고 재촉하는 듯한 느낌마저 주는 듯 하다. 그래서 요즘은 시간이 날 때면 가까운 공원에 산책을 가려고 하곤 한다. 공원에 가면 아이들이 킥보드를 열심히 타기도 연을 날리기도 하고, 중년 부부들이 돗자리에 앉아 석양을 바라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시간을 내서 공원에 나오는 사람들도 어쩌면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사랑한다면 그댄
어떤 걸 버릴 수 있냐고
비단 사랑에만 해당하는 부분은 아니다. 살면서 끊임없이 무언갈 버리는 선택을 해야하는 때가 있다. 혹자는 이 선택이 "간단하지 않아?"라고 할 수도 있다. 필자는 대부분이 어렵다. 그나마 결심을 하고 버릴 때는 딱 버리고 뒤돌아서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그 결심으로 가는 게 어렵다ㅋㅋ. 꼭 이런 선택을 해야할 때는 마치 밸런스 게임 처럼 머릿속을 괴롭힌다. 내 안에서 충돌하는 마음끼리 가위바위보를 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니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노력하는 건 버린 뒤에 뒤돌아 보지 않는 것. 미련을 가지면 앞을 또렷하게 볼 수 없으니.
우리 서울을 떠나
먼데로 갈까요
본의 아니게 출장이 잦은 업무를 많이 했어서 국내를 여러군데 다녔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서울은 그 중에서도 가장 분주한 도시다. 그만큼 다양한 문화가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여기서의 서울이 처음엔 '과다한 업무' 혹은 '지나친 인간관계' 등 지치고 힘들게 하는 무언가를 지칭하는 듯 했다. 그래서 그 무언가를 피해 먼데로 간다면 '우리'의 모습이 지금보다 더 나아질꺼란 생각이겠지? 그런데 같이 가자고 상대방에게 물어본다는 것은 어쩌면 지금 '우리' 모습의 진짜 이유를 알지만 핑곗거리를 만들고 싶었던 건 아닐까.
'이정'의 [순정]은 2017년 발매된 노래로 '네덜란드 튤립 농장'과 함께한 앨범에 수록된 곡입니다. '네덜란드 튤립 농장'의 '이규범'님과 '이정'님 2가지 버젼으로 들을 수 있어서 더 색다른 감수성을 엿볼수 있습니다. 이 노래는 사랑에 대한 순수하고 진지한 감정을 가사에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가사와 어우러지는 '이정'님의 진하고 쓸쓸한 목소리는 듣는 이에게 깊은 감정을 전달해줍니다. 이 곡의 음역대는 일반 발라드와는 사뭇 다르게 마지막 후렴구 전까지 잔잔하면서 얕은 굴곡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감정을 더 꾹꾹 눌러 담은 느낌을 받을 수 있죠. 최근 '천록담'이란 새로운 이름으로 미스터 트롯에서 멋진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이정'님이 더 즐겁게 노래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 곡은 한번 들으시면 계속 듣게 되실 꺼에요. 중독 됐다고 저한테 뭐라고 하시면 안됩니다. 찡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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