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에 남자들끼리 노래방을 가면 항상 서로 하던 말이 있습니다. "너 이거 올라감?" 노래를 잘 부르는 것의 기준이 온통 고음으로 직결되던 시절을 풍미했던 장르는 '락발라드'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이 가수의 노래가 가장 담백한 맛이었달까요. 낮게 깔리면서도 풍성한 중저음이 무척이나 편안한 느낌을 줬던 것 같습니다. 물론 '락' 장르를 하는 가수 답게 폭발적이면서 단단한 고음으로 2002년 우리나라를 뒤흔든 축제를 더 열광적으로 만들어줬던 사람이기도 합니다. '국민밴드'라는 수식어가 너무도 잘 어울리는 가수. 최근에는 '놀면 뭐하니?'라는 방송프로그램에서 이 노래가 리메이크 되기도 했는데요. 오늘 소개해드릴 곡은 'YB'의 [흰수염 고래]입니다.
작은 연못에서 시작된 길 바다로 바다로 갈 수 있음 좋겠네
시작부터 이렇게 좋은 비유가 나와서 참 좋다. 삶을 물에 빗댄 말들이 참 많다. '우물 안 개구리' 라던가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 같은 말들. '흐른다'라는 속성이 삶과 많이 닮아 있어서 자주 인용되곤 하는 듯 하다. 작은 '연못'이 '나'를 지칭한다면 '바다'는 넓은 세상 혹은 사회를 의미할 것이다. '바다'가 주는 이미지는 '세상 혹은 사회'와 무척이나 닮아있다. 첫째, 직접 들어가지 않고 바라볼 때 그토록 아름답다. 둘째, 직접 들어갔을 때는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무서움도 있다. 셋째, 그 무서움을 이겨내고 바다에 적응하면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 아름다움/무서움/즐거움 에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그 크기가 매우 크다는 점이다. 커다란 무서움을 이겨냈을 때 커다란 즐거움이 찾아온다는 점은 꼭 변치 않았으면 좋겠다.
말을 해줘 숨기지마 넌 혼자가 아니야
살아가면서 힘들고 어려운 일은 매번 찾아온다. 그럴 때 마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말을 하는 게 점점 줄어들었던 것 같다. 왠지 그 사람에게 폐를 끼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된다고 했던가. 이 말도 괜히 신경쓰였던 건 슬픔의 반을 상대방한테 주는 기분이 들어서였던 것 같다. 애초에 얘기를 안하면 나만 슬프고 지나갈 일이 아닐까 하면서 숨기는 일에 익숙해졌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가까운 사람들을 만나는 횟수도 줄어들게 되었던 것 같다. 기쁨만 나눠야 하니까. 슬프거나 괴로울 때는 그 시간이 지나가길 바라며 혼자 보내기를 반복했다. 이후에 돌아보니 참 잘못 생각했었다. 슬픔이나 괴로움을 혼자 끌어안고 있으면 계속 못본 척 하려고 노력할 뿐 시간이 지나도 그 자리에 남아 있더라. 지금의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슬픔을 주변 사람과 나누면 어떤 사람은 얇게, 어떤 사람은 두껍게 그 자리를 덮어준다. 그 위에는 어떤 사람과의 기쁨을 덮고 또 즐거움을 덮다보면 그 자리에 있던 슬픔은 결국 오래 전에 묻어놓은 타임캡슐과 같이 변할 거라고.
두려움 없이 이 넓은 세상 살아갈 수 있길
어떤 두려움도 없이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면 정말 너무 좋을 것 같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는 참 어려운 것도 맞다. 그래서 필자가 초점에 뒀던 가사는 '넓은'이다. 살면서 너무 많이 느껴왔고 지금도 계속해서 느끼는 건 세상은 말도 안되게 '넓다'. 내가 지금 느끼는 '두려움'의 크기가 마치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세상은 넓다는 점. 물론, 지금 당장에 들이닥친 '두려움'이 나에겐 버거울 정도로 생각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 '넓은' 세상을 '두려움'이란 것 때문에 경험하거나 누려보지 못하고 멈추는 건 너무 아깝고 약오르지 않은가. 얄미워서라도 '두려움'을 혼내줘야 겠다.
'YB'의 [흰수염 고래]는 2011년 발매된 노래입니다. 이 노래는 인생의 여정에서 희망과 도전을 담은 내용으로 지금까지도 큰 사랑을 받고 있죠. 'YB' 특유의 파워풀하면서도 시원하게 뻗어나가는 소리가 마치 듣는 이들에게 에너지를 전달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 노래에서는 인생이라는 바다에서 다양하게 겪는 상황과 선택들을 흰수염 고래처럼 유유히 헤쳐나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오롯이 느껴져서 큰 용기와 위안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저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이 오랜 시간 후에도 리메이크 되는 이유가 아닐까요? 몰랐는데 글을 적으면서 찾아보니 'YB'가 벌써 30주년이 되었다고 하더라구요? 계속해서 좋은 노래 많이 불러주시기를 소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