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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g

배려의 정답은 뭘까 [사랑하지 않아서 그랬어] by 임한별

이별하러 가는 사람의 목소리가 이렇게 청량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맑은 고음으로 상대방의 안녕을 노래한 사람이 있습니다. 필자에게는 '먼데이키즈'라는 이름을 먼저 떠올리게 하는 '임한별'이라는 가수입니다. 솔로로 나타났을 때 이사람이 이렇게 노래를 잘했었나? 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노래도 너무 잘하지만 최근까지 그의 행보가 너무 감사했던 건 '허용별 프로젝트'였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발라드의 입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하는 요즘, 활동을 꾸준히 해주시는 발라더 분들이 너무 감사하고 그렇습니다ㅋㅋ 오늘 소개해드릴 곡은 '임한별'님의 [사랑하지 않아서 그랬어]입니다.

선유도공원 정류장 앞에서 핸드폰을 보고 있는 여자
선유도 공원 정류장이라니...타겟팅을 아주..

나쁜사람 되기 싫어서
구차해지는 변명들로
괜한 기대하게 만들기 싫었어
사랑, 연애라는 카테고리에서 이보다 직설적인 표현은 손에 꼽지 않을까 생각하는 대목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나쁜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사랑에 있어서는 특히 그런 것 같다. 변명이라는 건 진짜 이유를 감추기 위한 말이다. 진짜 이유를 감추고 다른 이유를 정당화 시키기 위해 스스로를 끊임없이 설득하는 과정. 이 노래에서는 이 과정이 상대방에게 괜한 기대를 남길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확실하게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변명 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일종의 배려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변명이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되기도 한다. 변명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 두가지를 다른 상황이 아닌 사랑에 대입했을 때, '배려'라는 같은 목적을 가질 수도 있다는 게 묘하다.

방안에서 사진을 보고 있는 여자
남는건 사진뿐이라 했던가...

매번 져주려 했던 너에게
기어코 이겨보려 애썼던 순간도
누군가는 지는게 마음이 편하고 누군가는 꼭 이겨야 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이렇게 성향이 반대인 사람이 서로 만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런 경우는 흔치 않다. 어찌되었든 크고 작은 의견 차이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 의견차이에서 조율을 보는 것에 있어 누구에게 더 많이 치우쳐 있느냐가 승부의 관건. 조율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을 때 관계는 유지 되겠지만 누군가 한명이 불만을 갖는 순간 관계는 흔들린다. 그렇게 보면 사랑이란 건 끊임없는 조율의 과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나 싶다. 

한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우는 듯한 여자
이별엔 술이 빠질 수가 없지..

넌 모르지 내맘이 어떤지
계속 사랑해 보려 애를 썼어
어쩌면 필살기와 같은 말이 아닐까 싶다. 넌 내맘 모르지. 누구도 나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완전히 헤아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대화가 필요한게 아닐까 라고 생각했던 적도 많다. 그러나 모든 걸 대화로 할 수는 없더라. 마음을 대화로 온전히 나타낼 수는 없으니까. 이 가사에서 한가지 더 신경쓰였던 건 '애를 썼어'라는 말이다. 애를 써야 했다는 건 사랑이 맞는 걸까? 사랑이니까 애를 써야 하는 걸까? 어떤 것이 더 사랑에 가까운 것일까? 어렵다 정말.

 

'임한별'의 [사랑하지 않아서 그랬어]는 2023년 발매한 곡입니다. 현 세대 탑 보컬리스트라는 명성에 걸맞는 엄청난 고음의 향연이 펼쳐지는 곡이죠. 특유의 아련하면서도 청량한 고음은 이별에 대한 직설적인 가사와 어우러지면서 마음을 깊숙하게 찌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이 노래에서는 직설적으로 사랑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도 상대방을 생각했던 순간들이 오롯이 진심이였다는 걸 토로합니다. 연인이라는 관계에서 있을 수 있는 모습을 여실히 나타내어 주기에 많은 사람의 공감대를 끌어내지 않았을까 예상해봅니다. 한번쯤 지나간 사랑에 대해 추억하면서 혼자 술 한잔 하고 싶으실 때 들어보시면 눈물이 날 수도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