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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g

길 위에 머무르던 추억의 흔적 [미아] by 박정현

노래를 좋아하는 저에게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 몇가지가 있다면 '비긴어게인 시리즈'를 빼놓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여러 가수들이 버스킹에서 부르는 노래가 주던 위로는 그야말로 최고였다고 생각합니다. 그 중에서도 이분의 목소리는 맑고 청아하면서도 폭발력이 있었기에 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최근에는 많이 들리지 않는 노래지만 그럼에도 많은 분들이 기억하실 '꿈에'라는 곡은 이분이 아니면 소화하지 못하는 곡이 아닐까 생각을 하곤 합니다. 한동안은 방송에서 보지 못하다가 얼마전에 넷플릭스의 '언더커버'라는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으로 보게 되어 참 반가웠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박정현'님의 [미아]입니다.

마이크를 잡고 있는 박정현

한참을 걸어도 걸어도
익숙한 거리 추억투성이
시기에 관계없이 내가 오랜 기간 머물렀던 곳에 시간이 지나 다시 가게 되면 참 기분이 묘하다. 익숙함에서 비롯된 친근감과 즐거웠던 기억들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힘들고 괴로워서 잊고 살았던 기억도 같이 떠오른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럼에도 그런 장소들이 한번씩 생각나고 찾게 되는 건 미묘하게 즐거웠던 기억의 크기가 더 커서일까?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어떤 일이었든 '추억'이란 게 되어 버렸기 때문인 듯 하다. '추억'이라는 말에는 필터 기능 비슷한 게 내장되어 있다. 이 필터를 사용하면 그 날 그 때의 마음이 조금 격하고 날카로웠을지라도 잔잔하고 뭉툭하게 변하게 된달까. 

사람들 틈으로 보이는 노래하는 박정현

길을 잃어버린 나 가도 가도 끝없는
돌아가야 하는 나 쉬운 길은 없어서
인생을 '길'에 빗대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흔히 쓰는 말 중에 '탄탄대로'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러고 보면 주변에 '탄탄대로'를 걷는 경우를 본 적이 있었나 싶다. 오히려  갑자기 공사로 인해 더 이상 앞으로 가지 못하는 경우라던지 다른 길이 너무 궁금해서 옆길로 새는 경우가 더 많지 않았을까. 한번은 친구들과 운전스타일에 대해서 얘기를 하던 날이었다. 이 길로 가야 맞다느니 저 길이 더 빠르다느니 한창 얘기하다가 한 친구가 말했다. "어디로 가도 결국은 도착해." 친구들과의 대화 답게 이 뒤에 오는 말은 "지구는 둥그니까?"라서 웃고 넘어갔다ㅋㅋ. 그런데 이 말을 인생에 대입하면 참 좋은 말이지 않나? 끝이 없다고, 잃어버렸다고, 쉽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결국은 '도착'할 수 있다.

이태리 해변에서 버스킹 하는 비긴어게인3의 박정현

우두커니 한참 바라보다가
어느새 길 한 가득 니 모습들
감정이 '몰려온다' 아니 '밀려들어온다'가 더 맞는 표현일 것 같다. 별 생각없이 있다가 나도 모르게 밀려들어온 감정 때문에 주체할 수 없던 적이 있다. 이렇게 훅 밀고 들어올 감정이라면 차라리 기쁨이었으면 더 좋았겠건만 슬픔이었던 게 좀 아쉽다. 그도 그럴 것이 슬픔 혹은 아픔과 유사한 감정이어야만 했을 것이다. 있지만 모른 체 하고 싶은 감정. 꼭 그런 것들이 모여서 넘실 대다가 한순간에 쓰나미 처럼 마음을 가득 메우곤 한다. 이런 순간이 올 때는 옆에 오래된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 친구가 슬픈 눈을 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X랄 한다"면서 깔깔대면, 나는 휴지로 눈물을 닦으면서 샹욕을 해줘야지.
'박정현'님의 [미아]는 2005년도에 발매한 노래입니다. '박정현'님 특유의 맑으면서도 짙은 감성의 목소리가 돋보이는 곡으로 그리움과 아픔을 담담히 표현합니다. 어떻게 보면 단순하게 사랑과 이별을 담은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다르게 보면 보편적으로 가진 사람들의 아픔을 다루고 있기도 합니다. 그 때문에 여러 상황에서의 공감대를 가질 수 있어서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선사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박정현'님의 노래는 잔잔하면서도 묘하게 벅차오르는 듯한 느낌이 많이 듭니다. 포근하고 안락한 숲에서 걸어나오면 더 아름다운 곳이 있을거라고 말해준달까요. 그래서 더 위로가 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늦은 밤 잠이 오지 않을 때 눈을 감고 들어보시면 더 좋을 듯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