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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g

높은 '꿈'에서 낮은 '꿈'으로 한 걸음씩 [내리막길] by 윤종신

제가 기억이 나는 이 분의 첫 모습은 노래가 아닌 예능이었습니다. "패밀리가 떴다", "라디오스타" 속 이 분의 모습은 특유의 위트와 방송센스가 참 돋보였던 것 같습니다. '깐족'이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지만 미워할 수 없는 유쾌함이 있었죠. 그래서 점점 이 분의 노래가 궁금해졌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에는 제가 나이가 너무 어려서 그랬는지 이 분의 노래가 잘 와닿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꾸준히 찾게 되는 이유는 담백한 목소리와 가사 전달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나 정확한 발음의 가사 전달력은 독보적이지 않을까. 그렇게 많은 노래가 있지만 가사 전달력을 논하자면 왜 저는 자꾸 '팥빙수'가 생각이 나는건지 잘 모르겠습니다ㅋㅋ. 유난히 자주 들었던 노래가 있다면 '오르막길'이라는 곡입니다. 멜로디도 너무 좋지만 가사가 정말 좋아서 결혼식 축가로도 많이 불려졌던 노래죠. 이 노래가 발매된지 10여년이 지난 올해에 후속곡이 나왔습니다. 너무 반가운 마음에 바로 들어봤더니 역시나 너무 좋았던 지라 오늘은 이 노래를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윤종신'님의 [내리막길]입니다.

윤종신의 내리막길 뮤비 첫장면

나의 길은 나도 몰래
아래로 기울어진 내리막이란 걸
어쩌다 보니 오늘도 '길'이다. 어제 다뤘던 '길'이 방향성이었다면 오늘은 기울기에 대한 이야기. 전체적인 노래 분위기에서 의미하는 내리막을 고민하기엔 지금의 나는 조금 어린 나이다. 그래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삶의 굴곡에 대입해서 생각해보니 '몰래' 기울어진다는 게 참 씁쓸하다. 살짝 언질이라도 준다면 거창하진 않더라도 마음의 준비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살다가 '내리막'이라고 생각되는 지점은 생각보다 꽤나 자주 온다. 중요한 건 대처하는 마음가짐. 대처하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각도는 더 늘어나고 가속도가 붙는다. 물론, 맘처럼 기울기를 조정하는게 쉽지는 않지만, 기울기는 단 1도만 바뀌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점. 꼭 염두해 두어야 할 부분이다.

한 곳을 응시하고 있는 윤종신

우리 꿈은 이룬 걸까
이룬 줄도 모른 채로
마냥 오르기만 한 건 아닐까
'꿈'과 '목표'에 대해서 깊게 고민해본 적이 있었다.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을 때쯤? 그 이후에는 '목표'에 대한 고민이 계속 되었던 것 같다. 어느 순간 부터 '꿈'에 대해 고민하는 걸 잊고 사는게 익숙해진 듯 하다. 그러다 보니 소위 한치 앞만 보고 살았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꿈'이라고 생각했던 걸 몇개 이루기도 했더라.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생각해보면 열심히 오르는 만큼 '꿈'에 대한 고민도 확장되었어야 했는데 고민을 멈췄던 탓이다. '마냥' 오르기에 급급했으니까 '꿈'이라고 생각했던 일을 이뤘지만 큰 감흥없이 지나가 버린 게 아닐까. '꿈'에 대한 고민을 너무 오랜 기간 잊고 살아서일까 이제는 '꿈'을 고민하는 게 막연하고 흐릿하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글을 적다 보니 지나온 시간이 조금 아까워서 괜히 울컥하고 승질이 난다. 오늘 밤엔 좀 깊은 '꿈'을 꿔봐야 겠다.

산 위에 서있는 윤종신

잘못 디뎌 삐끗하면 남은 길이 힘들까
한 걸음 한 걸음
어렸을 적 발을 잘못 디디거나 부딪혀서 인대가 다친 경험이 한번쯤은 다들 있지 않을까 싶다. 여담이지만 필자는 중학교 시절 단기간에 깁스를 여러번 하게 되는 바람에 보험회사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적도 있다. 그 시절에는 대체 왜 계단을 3개씩 뛰어 넘어가고 싶었을까. 그렇게 많이 다쳐도 그 때는 길어야 2주에서 3주? 정도면 다시 계단으로 뛰어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한달이 지나도 어딘가 모르게 통증이 사라질 생각을 안한다. 몸만 그런건가 가만히 생각해보면 삶을 대하는 자세도 비슷하다. 어릴 때와는 달리 말과 행동에 신중함이 필요하달까. 여러 상황이나 환경이 달라졌기에 잠깐 잘못 디디면 다시 돌려놓는 것에 시간이 꽤나 오래 걸린다. 나이가 들수록 한 걸음은 보폭이 비슷할 지라도 무게가 다르다.
'윤종신'님의 [내리막길]은 2025년 올해 1월에 발매된 곡입니다. 인생의 끝자락에서 느끼는 감정의 무게와 회한을 진지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표현한 곡이죠. 인생의 하향선에 대한 묘사가 담담하면서도 깊은 여운이 남게 합니다. 사실 이 노래를 계속 듣고 가사를 곱씹다 보니 제 나이에는 담아내기 힘든 연륜이 크게 느껴져서 제 부족한 필력으로는 어려움이 컸던 것 같습니다ㅠ. 시간의 흐름과 그에 따른 순응, 그리고 그리움의 감정이 오롯이 녹아 있는 가사는 정말 많은 부분에서 울림을 줍니다. '오르막길'에서 긴 시간을 지나 연결되는 '내리막길'은 그야말로 한편의 영화를 본 것만 같네요. 두 곡의 가사가 연결되는 부분들을 떠올리면서 들으신다면 더욱 좋은 시간이 되실 거에요. :)